약 55조 가치 추정 '쿠팡' 미국 상장 본격화...최대 수혜자 소프트뱅크 손정의
쿠팡 클래스A 기업신고서 살펴보면 리스크도 다 있다
‘지분 38%’ 손정의 쿠팡 투자로 21조 대박, 수익률 700%
[갓잇코리아 / 송성호 기자] 쿠팡은 이커머스로 시작한 후 물류 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빠르고 친절한 배송으로 경쟁사와 다른 전략을 취하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도약한 기업이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몇 일 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올라오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계획 소식을 전하면서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IPO 당시 기업가치가 1680억 달러(약 186조 원)로 평가됐다.
현재 쿠팡은 500억 달러(약 55조 4000억 원)를 넘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기대된다고 WSJ은 보도했다. 이는 업계에서 평가하고 있는 쿠팡 기업가치 300억 달러(약 33조 2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은 전망치다.
쿠팡의 상장 소식에 쿠팡 관련주 역시 포털 상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쿠팡 관련주 즉 쿠팡과 연관된 기업을 살펴보면 동방은 쿠팡의 물류 전담 운송사다. KCTC도 쿠팡의 물류 협력사이다. OTT 관련 KTH · 쇼박스, 차량 관련 오텍 등이 거론되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적절한 때가 되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당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이번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절차를 준비하게 되었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대 수혜자는 쿠팡 지분 약 38% 보유 소프트뱅크 손정의!

쿠팡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다. 소프트뱅크는 한국의 작은 이커머스 기업에 불과한 쿠팡에 약 27억 달러(한화 약 3조 원) 규모의 지원을 했다.
이에 따라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대박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비전펀드는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27억 달러를 투자해 쿠팡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에 이를 경우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쿠팡 지분 가치는 무려 19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지난해 3분기부터 운용보고서를 통해 차익 실현 방침을 밝힌 만큼 이번 상장으로 손정의 회장은 차익을 실현한 후 엑시트 가능성도 있다. 손 회장은 2015년 쿠팡에 처음 투자한 지 6년 만에 엑시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을 통해 27억 달러(약 3조원)을 투자해 190억 달러(약 21조원)의 이익을 거두게 되면 약 7배의 차익을 실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블룸버그는 약 300억달러(약 33조원), WSJ는 약 500억달러(약 55조원) 등이다. 쿠팡 내부에서는 400억 달러(약 44조 원)로 추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업 신고서 살펴면 성공 비결도 있지만, 리스크도 고스란히!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쿠팡의 경영상황이 공개되었다. 지난 13일 쿠팡이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19억7천만 달러(약 13조2천500억 원)였다. 이는 2019년의 7조1천여억 원보다 약 91% 늘어난 규모다.
적자규모도 감소했다. 적자 규모는 4억7천490만 달러(약 5천257억 원)로, 2019년 7천205억 원보다 약 1천500억 원 정도 감소했다. 기업 신고서에는 매출액만 기록되어 있으나 거래액 기준으로 보면 약 20조 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온라인 시장의 10%의 수치이다. 매달 2천900원을 내는 쿠팡의 유료회원제인 ‘로켓와우’ 가입자는 지난해 4분기 1,480만명으로 전년보다 25.9%늘어났다. 로켓와우 회원의 구매 빈도는 일반 가입자의 4배 이상이었다.
쿠팡이 배송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수 조원을 들였다. 이렇게 유례없는 투자를 한 이유는 결국 독점이다. 수년간의 손실 구간을 버티고 다른 경쟁업체들을 무너트리는 겁니다. 아마존이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쿠팡도 이를 노렸다.

쿠팡이 ‘로켓 배송’, ‘새벽 배송’ 등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엄청난 매출 성장을 보여주는 것은 기업신고서에서도 나타난다.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업체가 1년에 2배 이상 성장하는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쿠팡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경쟁업체도 여전히 많다. 특히 네이버는 쿠팡에 큰 위협이다.
아마존과 쿠팡이 다른 또 하나는 바로 부가서비스 유무이다. 쿠팡은 대부분의 수익이 쿠팡을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최근 OTT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을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마존은 흑자 전환 토대를 마련한 클라우드 서비스(AWS)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신고서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차등의결권 보장에 대한 내용이다. 신고서를 살펴보면 쿠팡은 두 가지 종류의 보통주가 있다. 클래스A와 클래스B다. 클래스A는 우리가 아는 일반 보통주이다. 1주당 1표 의결권을 지닌다. 클래스B는 다르다. 1주당 29표 의결권을 지닌다. 단 1%의 지분만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 29%를 지닌다는 뜻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 연봉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연봉 88만6천여 달러(약 9억8천여만 원)와 주식 형태의 상여금 등 총 1천434만1천229달러, 우리 돈으로 158억 원의 보상을 받았다. 지난해 영입된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천743만여달러 상당 스톡을 비롯해 총 2천764만여달러(약 30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아울러 쿠팡은 일선 직원과 비관리직 직원(frontline workers and non-manager employees)에게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들 직원이 회사의 근간이자 성공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식 수량, 공모가격 범위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뉴욕증시 종목 코드는 ‘CPNG’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상장 기업들의 절차를 따른다면 쿠팡은 곧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상장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뚜렷한 변수가 없으면 쿠팡의 기업공개(IPO)가 3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