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이어온 美 SVB...36시간 만에 파산! 원인은 스마트폰?
WSJ “SNS 뉴스 확산에 겁먹은 고객들, 스마트폰 뱅킹앱 열고 예금인출”
SVB 파산 겨우 36시간만에…美 정부 회사 매각 착수 등 긴급 대응
[갓잇코리아 / 송성호 기자] 총자산 2000억 달러가 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사실상 파산했다.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가운데 규모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SVB는 미국 스타트업 회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책임져온 만큼 고객 회사들의 줄도산 우려도 제기되었지만 美 정부가 빠르게 개입하면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빅스텝’ 우려가 줄어들어 국내 금융시장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기대감마저 형성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금융권으로 이동하면서 또다른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최고 왕족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로열그룹’과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가 출자한 영국 ‘오크노스은행’ 등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영국 법인 인수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사실상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인수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 SVB ’36시간 초고속 붕괴’, 스마트폰탓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금 위기가 부상한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엔 스마트폰으로 예금 인출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가능해진 시대상황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금주에 저금리를 주고 단기 자금을 끌어모아 장기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였던 SVB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기설’이 돌자 ‘패닉 뱅크런’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신규 자금이 막히면서 파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지 않았지만 SNS 뉴스 등 소식이 빠르게 확산했고 겁에 질린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인출을 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예금주들은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420억 달러(약 55조6천억원)를 인출하려 시도했다고 WSJ은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던 것과 달리 이번 SVB 사태는 금융기관의 핵심 자본인 보유 예금과 자산의 가치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미실현 손실이 쌓이면서 벌어졌다. 실질적으로 2008년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SVB로 들어오는 고객 예금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꾸로 초저금리 시대 SVB 은행이 사들인 장기채권 가치는 뛰어올랐다. SVB가 투자한 210억 달러 규모 채권 수익률은 평균 1.79%에 불과하지만, 현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9%를 넘어섰다. 자금 압박을 느낀 스타트업 회사들이 예금 인출에 나섰고, 이를 위해 SVB는 보유 채권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 미실현 손실이 실제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재무부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준 등 관계 기관과 만나 SVB 사태 대책을 논의했다”며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유연하고 당국은 이 같은 일에 대응할 효과적 조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금융 충격 우려 美 정부 “SVB 예금 전액 보증”
12일(현지시간)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 정부가 고객이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맡긴 돈을 보험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연준과 FDIC의 권고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협의한 결과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예금주들은 13일(현지시간)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VB의 손실과 관련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다만 SVB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한다. 미 정부는 SVB발 금융 충격이 우려되는 SVB 구제금융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당국은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계부처·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민 연금이 사실상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 SVB가 속한 SVB 금융그룹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여 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319만 6천여 달러로 우리 돈 306억 원 정도였으나, 주가가 폭락한데다 현재 거래 정지 상태로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 연금 뿐만아니라 국내외 다수의 기업이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