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안부럽다'…0.3mm MLCC의 힘! 수요폭발로 최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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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의 힘은 강력했다. 쌀 한톨(15mm)의 250분의 1 크기인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로 삼성전기의 르네상스가 열렸다. 반도체와 함께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의 수요 폭발로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올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정보기관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은 337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추정치는 2조196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5%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MLCC 사업부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35%를 넘기는 대기록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 가운데 지난 2분기 52.8%의 영업이익률을 낸 삼성전자 반도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 사업은 MLCC가 유일하다. 세트를 제치고 당당한 주인공으로 올라선 부품의 전성시대가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D램과 함께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인 MLCC는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MLCC는 반도체에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으로, 흘러들어오는 전류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만 흐르게 하는 일종의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D램안부럽다…03mmMLCC의힘
D램안부럽다…03mmMLCC의힘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전류를 흘려보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노이즈를 제거해 오작동을 없애준다. 스마트폰 1대에 1000개, 자동차 1대에 1만2000~1만5000개가 들어간다. 가격은 와인잔 하나에 MLCC를 가득 담으면 1억~3억원 수준이다.

 

MLCC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IT기기에 쓰이는 핵심부품이다. 최근 자율주행차,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통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MLCC 내부에는 세라믹과 니켈이 층층이 쌓여있는데 머리카락 두께(0.3mm)의 제품의 경우 최대 층수가 600층에 달한다. 최대한 얇게 많은 층을 쌓아야 많은 전기를 축적해둘 수 있다. 까다로운 기술 때문에 MLCC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장벽이 높다보니, 최근 업계에서 제기된 MLCC 고점 논란도 삼성전기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 2위 삼성전기와 세계 1위 일본 무라타와 같은 글로벌 선두업체가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MLCC는 공급부족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재 미래에셋 연구원은 “삼성전기와 무라타의 생산능력 확대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자동차 전장 등 새로운 수요로 인해 MLCC 시장이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기의 승부수는 전장에 있다. 현재 한자릿수 수준인 전장용 MLCC 비중을 최대 30%까지 늘려 고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삼성전기는 투자 확대로 시장 선도 지위를 굳히기 위해 전장 사업 확대를 택했다. 이를위해 삼성전기는 5733억원을 투자해 중국 천진(Tianjin) 생산법인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D램안부럽다…03mmMLCC의힘
D램안부럽다…03mmMLCC의힘

일반 MLCC보다 진입장벽이 더욱 높은 전장용 MLCC는 자동차 편의기능이 향상되면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장착 차량이 증가하는 등 자동차 전장화에 따라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및 전기차(EV) 보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중장기적인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장용 MLCC는 IT용 MLCC와 역할은 비슷하지만 사용 환경이 더 가혹해 높은 신뢰성 및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고온(150도 이상), 진동·휨 강도와 같은 충격, 높은 습도 등에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조 난이도가 높고 가격도 IT용 MLCC의 2배 수준이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도 최근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현재 MLCC분야에서 1위 업체인 경쟁사를 비롯해 일본 부품사들은 주로 MLCC분야 기술만 갖췄지만, 삼성전기는 MLCC분야 뿐 아니라 차세대 패키징, 변환 부품 센서, 고주파 부품 까지 4차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부품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제는 흐름이 모바일에서 자율주행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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